[세계를 가다]‘소황제’ 떠받들었더니 ‘곰처럼 난폭’

2023-12-04 1



[앵커]
저출산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도 심각하죠.

그래서인지 애지중지 키운 아이들의 '제멋대로' 행동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때 '소황제'로 불렸던 아이들이 이제는 곰처럼 난폭한 아이가 됐단 반성의 목소리까지 나오는데요.

세계를 가다, 베이징에서 이윤상 특파원입니다.

[기자]
중국 베이징 외곽에 있는 초등학교 앞.

오후 3~4시가 되자 차량들이 학교 주변에 몰립니다.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의 차량들입니다.

주행차량과 행인들까지 뒤섞이며 일대는 극심한 혼잡이 빚어집니다.

학구열 높기로 소문난 도심 중학교 앞은 부모들 차량이 도로 2개 차선도 모자라 갓길까지 점령했습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학교 주변은 상습 정체 구간입니다.

퇴근 길 차량과 학교 앞 부모들의 불법 주차 차량이 뒤엉켜 이곳 왕복 6차선 도로는 순식간에 '교통 지옥'이 됐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피해는 개의치 않습니다.

[불법 주차 학부모]
"옆에 아무데나 세우면 되죠. 아무도 상관 안하잖아요."

장쑤성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진열된 상품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아이의 모습이 논란이 됐습니다. 

마트 직원이 말리자 엄마는 오히려 화를 냅니다.

[현장음]
"아이를 제지하는 것만이 효과적인 것이 아니에요"

고속열차에서 앞좌석 승객의 머리를 치며 소란을 피우는 아이의 엄마는 승무원에게 지적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현장음]
"아직 어린 아이잖아요. 어른들에게 하듯 (조용히 하라고) 하면 안 돼요."

곰처럼 난폭한 아이를 뜻하는 '슝 하이즈'라는 말이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황제처럼 자란 '소황제' 세대에 이어 응석 수준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신세대를 슝 하이즈라고 부릅니다.

호기심에 불장난을 하다가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맨홀에 폭죽을 집어넣어 행인을 다치게 한 슝 하이즈와 부모는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슝빙치 / 21세기 교육연구원 원장(지난 8월)]
"부모를 교육해야 합니다. 가정교육의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합니다."

1990년 2.51명에 달했던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09명까지 추락했고 출생아 수도 1000만 명 밑으로 처음 떨어졌습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자녀도 귀한데다가 이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 이런 것들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겁니다)."

중국 현지 매체들도 저출산 현상이 낳은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 같은 현상은 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이윤상입니다.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이태희


이윤상 기자 yy27@ichannela.com